MCP의 유행은 기존 API/SDK 통합 방식의 한계였을까?
스타트업을 포함한 모든 기업들이 타 사 서비스를 연결할 때 흔히 사용하는 방식은 각 서비스 제공자가 내놓은 API나 SDK를 활용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구글 애플리케이션에서 외부의 파일 저장소와 메신저, 데이터베이스 등을 모두 이용하려면, 각각의 서비스가 제공하는 API를 따로 연동해야 합니다. 이 접근법에는 사실 한계가 있습니다. API와 SDK를 서비스할 여력이 있어서 공개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회사라면 해당 서비스를 연결하는 것은 쉬울 것입니다. API로 연동 할 때에도 Open API 규격 등 표준이 있지만 개발자가 구현하기 나름이라 회사마다 사용 방법이 다릅니다. 이는 각 서비스마다 다른 규격과 절차를 따라야 하고 매번 별도 개발 작업이 필요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서비스 제공 기업과의 개별 협의까지 거쳐야 합니다. 이런 방식은 개발자와 기업에 큰 부담이 되어 왔습니다. 나두아이오, Zapier, Retool 등 SaaS 형태의 외부 연동이 필요한 서비스를 개발하는 스타트업들에게는 매우 큰 부담입니다. 실제로 저는 이러한 어려움이 AI가 다양한 툴을 연결하고 기술적 확장을 저지하는 해자라고 생각했습니다.
기업이 새로운 서비스를 도입하거나 다른 서비스와 연동할 때마다 개발 팀은 새로운 API문서 확인과 구현을 반복해야 하고, 서비스 별로 다른 인증 방식과 데이터 포맷을 처리해야 합니다. 각 서비스의 개발자 포털에서 별도로 키를 발급 받고 문서를 찾아봐야 하는 번거로움도 큽니다. 이는 마치 스마트폰 초창기 시절 제조사마다 충전 단자가 제각각이라 폰을 바꿀 때마다 충전기까지 새로 구해야 했던 상황과 닮았습니다.
‘모델 컨텍스트 프로토콜(MCP)’이란 무엇인가?
AI업체 중 Anthropic 또한, 이러한 고민을 평소처럼 API와 SDK와 크게 다르지 않은 규격을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평소와는 다르게 자사 규격을 통해 확장해보겠다는 비젼이 좀 더 컸던 것이 MCP(Model Context Protocol)입니다.
MCP는 AI 시스템과 외부 데이터 소스·도구를 연결하기 위한 개방형 표준 프로토콜이라고 하지만 프로토콜로 부르기엔 간단했습니다. 하지만 그 간단성과, Cursor 등, 많은 사용자가 몰리는 서비스에서 매번 겪던 기존의 연동 문제를 하나의 방법으로 풀기 시작한 것이 MCP가 주목 받는 이유입니다.
MCP가 주장하는 비젼은 한 마디로, AI 모델과 각종 서비스 사이에 통하는 공용어를 정해주는 것입니다. 다양한 전문가들은 MCP를 “AI 애플리케이션을 위한 USB-C 포트”에 비유하며, 복잡한 데이터 연동 문제를 단일 표준으로 해결하려는 시도라고 설명합니다
실제로 MCP는 간단한 개념 수준에 있지만 여러 데이터 소스와 도구를 AI에게 컨텍스트로 제공하는 방식을 표준화 하여, 일종의 보편적 인터페이스를 제공하는 비젼을 가지고 있습니다.
범용 표준이 될 수 있을까?
이러한 비젼에 공감하는 사람들은 빠르게 MCP의 기치 아래 모이고 있습니다. MCP 이전에는 새로운 데이터 소스를 AI와 연결할 때마다 개별 통합을 만들어야 했지만, MCP를 사용하면 한 번의 구현으로 여러 연동을 할 수 있게 됩니다. Anthropic 발표 자료에서도 “MCP는 다양한 AI 시스템과 데이터 소스를 연결하는 범용 표준을 제공함으로써, 조각난 통합 들을 하나의 프로토콜로 대체 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개발자 입장에서도 이제는 각 서비스마다 별도 커넥터를 유지할 필요 없이 MCP 하나만 대응하면 되므로 통합 작업이 크게 단순화됩니다
AI 중심 표준 연동의 위력
MCP의 등장은 AI를 중심에 둔 통합 패러다임 전환으로 평가됩니다. 기존에는 각 애플리케이션이 외부 데이터를 가져와 AI에게 주는 식이었다면, 이제는 AI 에이전트 자체가 표준 프로토콜을 통해 직접 데이터를 요청하고 활용할 수 있게 됩니다. 예를 들어, 한 AI 사용자가 MCP를 통해 회사의 구글 드라이브 문서, 사내 메신저 대화, 데이터베이스 정보를 모두 접속하여 필요한 답변을 생성한다면, 사용자는 일일이 해당 서비스들을 오가며 권한을 부여하거나 데이터를 옮길 필요가 없습니다. 각 서비스 제공자들이 제공하고 관리하는 MCP서버를 통해 AI가 표준화 된 방식으로 매번 연동할 필요 없이 여러 시스템에 접속해 맥락을 파악하고 작업을 수행하기 때문입니다. Anthropic은 이러한 MCP의 효과에 대해 “AI 시스템이 여러 도구와 데이터셋 사이를 이동하면서도 컨텍스트를 유지할 수 있게 되어, 오늘날의 파편화된 통합을 더 지속가능한 구조로 대체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또한 MCP는 AI 모델을 구현하는 입장, 그리고 AI모델자체의 입장에서 볼 때도 플러그 앤 플레이에 가까운 확장성을 제공합니다. 어떤 언어 모델을 쓰든 MCP 표준을 지원하기만 하면, 공통 규격의 콘센트에 코드를 꽂듯이 새로운 정보를 끌어올 수 있습니다.
SW개발하고 있는 엔지니어의 입장에서도 이는 AI를 위한 MCP를 넘어, MCP를 SW개발에도 사용하여 자사 제품에 타 제품을 통함하고 서비스 연동에 대한 고민을 줄여줍니다. 예로, Zapier 등 1만개 이상의 연동 서비스를 워크플로우로 연동해주는 SaaS 들은 그 연동 블럭 수가 기술적 해자로 활용 될 수 있었지만, 현재 MCP는 주 별로 2-3000개이상의 전세계의 서비스 공급자, 개인이 쏟아내고 있어 더 이상 해자가 될 수 없습니다.
OpenAI 등 주요 플레이어들도 동참
MCP가 주목 받는 또 하나의 이유는 경쟁 구도마저 뛰어넘는 표준화 움직임을 이끌어냈다는 점입니다. 2024년 말 Anthropic이 MCP를 공개한 이후 여러 기술 기업들이 발 빠르게 참여했고, 2025년 3월에는 OpenAI마저 이 대열에 합류했습니다. 챗GPT 개발사인 OpenAI의 샘 알트먼 CEO는 자신의 X(옛 트위터)를 통해 “자사 제품 전반에 걸쳐 MCP 지원을 추가하게 돼 기쁘다”며, 챗GPT용 데스크톱 앱과 API 등에 MCP 통합을 예고했습니다. 경쟁사 기술이라도 효용이 있다면 받아들이겠다는 이 선언은 AI 업계에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Anthropic 측도 “MCP는 이미 수천 개의 통합을 거치며 개방형 표준이 됐다”며 OpenAI의 결정을 환영했습니다.
이는 공통의 문제가 경쟁보다 공유로서 가치가 더 클 것이라는 업계 전체가 필요로 하는 방향성임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이외에도 여러 스타트업과 기업들이 MCP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Anthropic에 따르면 블록(Block)과 Apollo 등이 초기부터 MCP를 시스템에 통합했고, Replit, Sourcegraph 같은 개발 도구 업체들도 자체 플랫폼에 MCP 연계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통합·개발자 포털이 사라질 미래?
MCP가 진정한 업계 표준으로 자리 잡는다면, 기업 간 연동을 위한 별도의 협의나 커스텀 개발 작업이 크게 줄어들 가능성이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두 서비스가 통합하려면 비즈니스 제휴 논의부터 API 사용 계약, 그리고 개발자 포털 에서의 키 발급과 테스트 등 일련의 과정이 필요했습니다. 그러나 MCP를 활용하면, 굳이 연동을 위한 번거로운 과정이 필요 없습니다. 예를 들어 A사가 자기 데이터에 MCP 서버를 열어두면, B사의 AI 에이전트는 별도 계약 없이도 표준 규격에 따라 필요한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습니다 (물론 보안과 인증을 위한 키 교환 정도는 필요하겠지만, 그 방식조차 표준화 될 수 있습니다). AI 시대의 새로운 생태계가 열릴 것입니다. 하나의 AI 에이전트가 MCP를 통해 수십 개 기업의 서비스에 접속하여 일할 수 있다면, 개발자 포털을 일일이 뒤져가며 각각 연동했던 일은 과거의 유물이 될지도 모릅니다. 각 기업이 제공하던 SDK 패키지들도 MCP 규격 속으로 흡수되어, 마치 웹 표준처럼 하나의 거대한 플랫폼이 형성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MCP와 같은 연결 표준을 먼저 선점해 활용하는 기업이 플랫폼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USB-C부터 라이트닝까지 – 하드웨어 표준화에 비추어 본 MCP
MCP가 꿈꾸는 소프트웨어 표준화의 그림자는, 과거 하드웨어 업계의 표준화 역사와 맞닿아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모바일 기기 충전 규격의 통일입니다. 2G 휴대전화 시절만 해도 제조사마다 20핀, 24핀 등의 각기 다른 충전 단자를 써서, 폰을 바꾸면 충전기도 새로 장만해야 하는 불편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산업계의 자율적 협력과 규제 당국의 권고로 점차 규격이 수렴되었습니다. 마이크로 USB가 한때 글로벌 표준으로 자리 잡더니, 최근에는 USB-C로의 통합이 결정타가 되었습니다. 유럽연합(EU)은 2024년부터 유럽 내 판매되는 모든 스마트폰에 USB-C 포트만 허용하도록 법제화 했고, 2012년부터 아이폰에 독자 라이트닝 커넥터를 고수해온 애플도 이에 따라 결국 아이폰 15부터 USB-C로 전환했습니다
진정한 웹 2.0에서의 다음은 AI기반의 경험이 아니였을까?
탈 중앙화를 통한 웹3는 웹1.0, 2.0 만큼의 성공을 거두지 못했고, 이게 웹 3.0 이었을까? 라는 의문이 있었습니다. 웹 초창기에 HTML/HTTP라는 표준이 등장하여 전 세계 정보를 하나로 묶어낸 것에 비견 할 만한 변화를 내지 못해서 일 것 입니다. 아마도 표준화에 있어서 모두가 공감하지 못한 문제를 블록체인으로 풀고 있었던 것 아닌가 싶습니다. MCP의 상황은 이때와 조금 다른것 같습니다. 매우 간단한 발전되지 않은 규격 만으로도 공통의 문제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빠르게 모여들었고, 표준화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맺음말: 통합 표준이 이끌 미래
Anthropic의 MCP가 촉발한 AI 통합 표준화 논의는 현재 진행형입니다. 경쟁 업체까지 참여하는 모습에서 보듯이, 최종 사용자 뿐 만 아니라 전문가, 다양한 콘텐츠들이 공감대도 형성하고 있습니다. MCP가 진정으로 성공해 소프트웨어 생태계의 ‘USB-C’로 자리 잡는다면, AI 시대의 협업 방식은 지금과 크게 달라질 것입니다. 기업 간 데이터 연동 방식은 사전 협의보다 기술 표준에 의해 좌우되고, AI 어시스턴트는 사람 대신 각종 시스템을 넘나들며 업무를 자동화하는 진정한 플랫폼으로 거듭날 것입니다. 이제 막 시작된 AI 표준화의 물결이 어떤 혁명적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됩니다.